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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신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5.18 신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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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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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신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박선경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5.18 42주년을 맞아 거대한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국민의 힘 의원 전원에 ‘5.18 기념식’ 참석을 제안했다.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통합은 연설문을 통해 몇 번 외쳤는지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대선 전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통합의지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통합’을 위한 5.18 묘역 참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18 성역화는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군사독재의 희생물로 삼은 데서 비롯됐다.

김영삼 정부는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5.18 유공자 명단에 당시 13세였던 임수경이, 14세 김경수와 표창원이, 22세 추미애, 21세 유시민, 18세 이석기가 포함되었다는 설이 돈다.

최근에는 40년간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광수 1호가 등장해 ‘진짜’ 여부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프랑스 기호학자이자 문화학자인 롤랑 바르트(1915-1980)는 모든 신화엔 신화 제작자가 숨겨놓은 어떤 의도나 동기가 있다고 했다. 동기화가 반복되면, 신화는 고정된 기호(개념)으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사나 유교적 행태들이 이에 속한다. 제사에는 ‘가족과 화합’, ‘조상의 보살핌 혹은 조상을 섬기는 것’, ‘의심할 여지 없는 선한 행동’이란 의미가 부여되고 제사 신화는 동기화가 된 것이다.

신화 제작자들은 모든 신화가 동기화를 내포하며 신화 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의 이벤트가 지금까지 이렇게 복제되어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정치 신화 제작자들은 신화에 나타나는 왜곡과 굴절을 최대한 이용해 성역화를 시도한다. 사실이라도, 진실이라도 성역화까지해서는 안 되는데 의혹투성인 역사의 한 사건을 신화화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히틀러는 저서 ‘나의 투쟁’을 통해 ‘커다란 거짓일수록 군중들에게 잘 먹힌다’는 기묘한 전술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신화가 군중에 잘 먹히는 것은, 신화 소비자에게 일으키는 의미작용(감정이입, 공감공유) 때문이다.

신화 소비자들은 가짜처럼 포장된 진짜보다 진짜처럼 포장된 가짜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신화가 품고 있는 작위적인 의도를 별 생각없이 하나의 귀납적인 체제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신화가 자연적인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는 작용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이런 작용력의 원천을 헤게모니(패권)라 하며, 헤게모니는 신화를 등에 업고 신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된다.

권력 집단이 세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강압이나 폭력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문화형식을 가지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논리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상식화함으로써 권력 집단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신화의 모든 내용은 기정사실화되고 헤게모니는 유지된다.

조선 이방원(태종)이 고려 말 충신 정몽주에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며 조선 건국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을 때 정몽주는 이방원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어떤 명분으로 회유해도 도리와 원칙 앞에서는 거짓에 기반한 화합과 통합을 거부한 정몽주. 옳지 않은 반지성적 신화 만들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그의 기개가 새삼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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