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7 22:52 (일)
[論壇] 좌파이념의 세가지 뿌리
[論壇] 좌파이념의 세가지 뿌리
  • 프리덤뉴스
  • 승인 2022.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파이념의 세 가지 뿌리

최태열(프리덤뉴스 논설위원)

 

나는 바로 앞의 글에서 좌파와의 이념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파시민단체가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습의 대상은 이념과 역사이다. 학습의 방법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지피지기라고 본다. ‘지’가 바로 학습인 것이다.

‘지’의 첫째 대상은 ‘피’인 좌파의 이념이다. 좌파의 이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이 전쟁에서 가장 먼저 치러야 할 과제이다. 좌파 이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세권의 책이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1848년)”과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1902년)”와 그람시의 “옥중수고(1937년)”이다.

 

“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가 엥겔스와 함께 공산주의자동맹이라는 단체의 강령으로 저술한 것으로서 그 분량이 많지 않은 팜플렛 수준의 책이다. 그런데 그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면서 공산주의라는 이념을 세상에 퍼뜨리게 되었고 온세상을 뒤흔들었다.

 

공산당선언 이전에도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였다. 그들은 마르크스에 의하여 '공상적 사회주의자'라는 비웃음을 받았는데 대표적 인물들은 생시몽, 푸리에, 오언 등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밀려나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이나 노동조합 등의 조합을 운영하거나 종교적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들에 대하여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라는 착취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 실현불가능한 공상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비웃었다.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당선언을 기초한 엥겔스는 “공상에서 과학으로”라는 소책자에서 공산주의를 해설하기도 하였다. 공산당선언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시적인 문구로 시작하면서 “프롤레타리아들은 공산주의혁명에서 자신들을 묶고 있는 족쇄 외에는 잃을 것이 없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선동적 구호로 끝맺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우파적 관점에서 공산당선언에는 유의하여야 할 문구가 두가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노동자혁명의 첫걸음이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배계급으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임”이라는 문구와 “자신의 계급과 계급대립을 지녔던 낡은 시민사회의 자리에 하나의 연합체, 즉 그 안에서는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가 들어선다.”라는 문구이다.

 

첫째 문구는 공산혁명의 첫걸음이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며 둘째 문구는 공산혁명의 최종 목표가 '자유'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 공산주의자가 내세운 첫째 단계라는 것을 공산당선언에서부터 이미 표명하였다는 점이며, 그들의 최종 목표 또한 우파의 최종 목표인 자유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점이다.

 

레닌이 1902년에 발표한 “무엇을 할 것인가” 역시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자이다. 레닌은 이 책에서 두가지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당의 역할과 통일전선전략에 대한 것이다. 당은 직업적 혁명가조직이 되어서 공산혁명을 이끌 전위가 되어야 하며, 노동자 대중의 자생성과 경제주의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주민계급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반정부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선전선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적 혁명가들로 구성된 당의 지도하에 모든 주민계급을 반정부투쟁에 동참시키는 활동이 통일전선전략이며 그것은 소련을 비롯하여 모든 공산정권의 수립에 적용되었던 성공전략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레닌은 1903년에 있었던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당대회에서 마르토프가 지도하였던 멘셰비키를 누르고 자신이 지도한 볼셰비키가 당권을 장악하게 하였다. 그 당시 핵심주제는 당원의 자격문제였다. 마르토프는 당원의 자격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학습과 당비납부의 두가지를 제시하였으나 레닌은 직업적 혁명가라는 또하나의 자격을 추가하였고 레닌이 결국 승리하였다. 그럼으로 해서 러시아는 레닌의 지도하에 직업적 혁명가들로 구성된 당이 역사상 최초의 공산혁명을 성공시켰던 것이다.

 

그람시는 이탈리아공산당을 창건한 인물로 1926년 무솔리니정권에 의하여 20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어 있는 중 틈틈이 자신의 사상을 정리하였다. 1937년 감형받아 출옥한 직후 사망하였고 그가 쓴 글들은 "옥중수고"로 정리되어 출간되었다. 옥중수고는 감옥에서 통제되고 감시받는 환경에서 틈틈이 쓴 것이므로 일관된 논리체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수많은 주제들에 대하여 자신의 사상을 기록한 것인데 후세에 그람시의 사상으로 남은 대표적인 것이 '진지전'의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하여 자체의 모순에 의하여 공산사회가 도래한다고 하였는데 실제 공산혁명은 가장 낙후된 러시아에서 먼저 일어났다. 그람시는 왜 러시아보다 훨씬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그람시가 내린 결론은 '헤게모니'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성공적으로 지배하기 위하여서는 물리적 강제력만으로는 부족하며 피지배자의 동의를 얻어야 성공적 지배가 가능한데 이를 헤게모니라고 이름지었다. 헤게모니란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강제라는 의미를 가진 개념이다. 피지배자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어야 성공적인 지배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발달된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자본주의체제를 지지하도록 만듦으로써 공산혁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자본주의체제를 지지하도록 노동자계급의 동의를 받아내는 방법은 고임금과 복지라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선전작업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달된 자본주의국가에서 공산혁명을 성공시키려면 물리력으로 뒤집어엎는 기동전으로는 실패하며 유기적 지식인들이 시민사회를 형성하여 대중을 좌파적 가치관에 동의하도록 장기적인 진지전을 전개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람시의 진지전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상 언급한 세권이 좌파 이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쏟아진 좌파의 수많은 이론서들은 대부분 이 세권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이 세권을 이해하는 것은 좌파와의 이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