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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자유주의 사상가, 허화평
[지피지기] 자유주의 사상가, 허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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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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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열(논설위원, 노무사) 

 

허화평장군(그는 현재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으나 육군 준장으로 예편하였으므로 장군으로 호칭한다)의 최근 저서 “고독하지만(2021)”을 읽어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면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허장군은 제5공화국의 실세로 알려졌던 3허씨 중의 한명으로 권력을 탐한 정치군인의 이미지가 있었으나 실제 그의 책을 보니 그는 군인이라기보다는 사상가로 불려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하여 그가 저술한 다른 책들을 구하여 보면서 그의 사상과 전략의 깊이를 느꼈으나 현실 정치에서 그것들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허장군은 1980년 9월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5공화국 출범의 산파역할을 맡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 후 청와대에서 물러나서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으로 5년간 있었다. 헤리티지재단에서의 연구활동을 통하여 허장군은 우파의 핵심가치인 자유주의에 대한 학습을 깊이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허장군은 귀국 후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 때 포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1995년 김영삼이 만든 12.12 및 5.18 관련 소급입법으로 투옥되었다. 1996년 15대 때에는 무소속으로 옥중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12.12 및 5.18 관련 사건의 판결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허장군은 현재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5공화국에 대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산 증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최근 펜앤드마이크에서 “제5공화국 역사의 증언” 이라는 제목으로 1부 12편 2부 14편 모두 26편의 방송을 하였는데 허장군은 그 방송들에 가장 많이 출연하였다. 각 방송이 평균 1시간 30분 정도의 길이라서 모두 보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보아야 할 자료라고 생각한다.

 

허장군은 헤리티지재단에서의 연구원생활을 통하여 자유주의에 대한 학습을 깊이 하였으며, 한국현실정치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우파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 아래에 허장군이 저술한 책들을 발간순으로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첫째, “지도력의 위기(2002)”. 이 책은 김대중정권(1998.2. – 2003.2.)이 끝나갈 즈음인 2002년 7월에 발간된 것으로 두권으로 나뉘어 총두께가 천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이다. 김대중정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진단과 대책을 제시하였다. 김대중정부는 민주와 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 실상은 대통령이 법이며 권력이 왕인 폭력정권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현재의 위기는 지도자의 실패와 지도력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하였다.

대한민국 현단계의 모순은 분단과 이념대립이 본질적인 것이며 하부 모순으로 제도적 모순, 정당정치의 모순, 국민적 모순, 지도력의 모순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궁극적인 목표로는 일류국민으로 구성된 일급국가의 건설로 잡으면서 개헌을 비롯하여 정치, 정부, 법치제도, 교육제도, 조세제도 등의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저술한 시기는 만20년이 경과하였지만 허장군이 제시한 한국의 모순과 대책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둘째, “이념은 날개가 아니다(2007)”. 이 책은 노무현정권(2003.2. - 2008.2.)이 끝나기 10개월전인 2007년 4월에 발간된 것으로 우파진영내에서 조차 좌우의 이념은 양 날개와 같아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므로 낡은 색깔론을 내세우지 말자는 식의 논리가 대세를 이룰 때 그런 논리는 잘못이라는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한반도는 이념대립으로 인한 분단상황이 기본적인 모순인데 그것을 외면하고 이념갈등을 없애자는 주장은 상황진단을 잘못하면서 적을 이롭게 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남한의 좌파는 2001년 9월 ‘군자산의 약속’을 하면서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을 세웠다. 3년내에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 민족민주정당을 건설하고 10년내에 자주적 민주정부수립과 연방제 통일조국을 건설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 후 그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다.

그런 좌파의 전략에 대하여 우파정치인들은 탈이념과 중도를 내세우면서 도리어 중도좌파의 방향으로 물꼬를 틀었다. 허장군이 이 책에서 제시한 좌파의 전략과 우파정치권의 잘못된 방향은 오늘날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진행중이다.

셋째,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2011)”. 이 책은 이명박정권 (2008.2. -  2013.2.) 중간쯤인 2011년 1월에 발간되었으며 ‘허화평의 개헌청원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허장군은 이 책에서 그의 지론인 ‘작은 정부 큰 시장 자유주의체제의 건설’을 내세우면서 이명박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헌론을 적극적으로 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허장군은 이 책에서 이명박정권이 내세우는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정책 그리고 국민통합론이 자유주의원칙에 어긋나는 잘못된 정책으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87헌법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네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세력들 간의 정략적 합의의 산물로서 대통령직선제가 개헌의 전부였다고 할 정도의 미완의 체제이므로 새로운 미래지향적 헌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이 개헌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비전이 없고 현실적 난관을 이겨내겠다는 용기도 없고 시대적 사명감도 없이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개헌논의는 빨리 전개하되 국민들에게 그 취지를 알리고 여론을 선도하려면 최소한 2년의 시간은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장군이 이 책에서 이명박정권에 대하여 비판한 점들과 개헌관련 논의는 오늘날 윤석열정권에도 그대로 적용되어도 될 내용이라 생각한다.

 

넷째, “경제민주화를 비판하다(2014)”. 이 책은 박근혜정권(2013.2. – 2017.3.)이 출범한 지 1년이 갓 지난 2014년 3월에 출간되었다. 박근혜는 김종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을 발표하였는데 이 책은 그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서이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경제민주화조항을 삽입한 것도 김종인이고 박근혜정권때 이를 공약으로까지 만들어 정책으로 내세운 것도 김종인이었다.

경제민주화로 보편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경제활동을 계획 통제하고 생산결과를 균등하게 분배하며 국가가 개인의 일자리와 안락한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소수 권력엘리트와 관료들이 국민의 삶을 지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엘리트와 관료엘리트들이 좌우하는 국가주의,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며 자유를 포기하는 길이자 계급사회로 가는 길이며 한국의 좌파들이 꿈꾸는 민중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찬성하는 부류들은 이념적 바람잡이, 정치적 바람잡이, 부화뇌동하는 바람잡이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념적 바람잡이들은 이념투쟁차원에서 접근하는 좌파지식인들이며, 정치적 바람잡이들은 대중영합적이고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하는 우파 정치인 우파 교수와 지식인들이고, 부화뇌동하는 지식인들은 반재벌, 반기득권 정서 소유자들이라고 한다.

허장군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섯째, “사상의 빈곤이 가져온 우리시대의 모순과 상식(2018)”. 이 책은 문재인정권(2017.3. - 2022.3.)이 출범한지 1년이 지난 시점인 2018년 2월에 출간되었다. 박근혜탄핵이 이루어지고 문재인좌파정권이 탄생하면서 좌파세상이 되었는데 그렇게 된 원인이 우리 국민들의 사상의 빈곤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상은 개인차원에서는 행동의 기준이 되고 국가차원에서는 국가운영원리의 근본 바탕이 되는 것인데 그것의 빈곤이야말로 우리 시대 최대의 모순이라고 한다.

남한의 좌파는 오늘날 체제변혁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투쟁전략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우파가 안이하고 무기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정부 구현과 자유시장경제 추구는 자유주의체제를 옹호하고 수호하려는 우파 정당이 견지해야 하는 절대 목표이다. 개헌의 방향은 작은정부의 자유주의체제를 명시하고 큰정부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여야 한다. 개헌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은 제외하고 인문학자, 역사가, 문학가 등 다양한 인사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평등주의적 경향을 갖는 인사는 배제하여야 한다. 국민으로 하여금 헌법에 대한 기본상식을 갖출 수 있도록 최소한 2년 정도의 공론 기간을 거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허장군은 주장하고 있다.

 

여섯째, “나의 생각, 나의 답변(2020)”. 나는 현재 대한민국 우파정치권의 최대의 문제점은 김영삼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2차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둘 다 이룬 모범국가라는 자랑을 하면서 김영삼은 민주화를 이루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영삼이 선발한 인물들이 현재 국민의힘이라는 우파 정당의 원로로 군림하고 있으므로 감히 김영삼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김영삼이야말로 대한민국 우파정치권을 망친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문민정부라는 타이틀로 정권을 시작하면서 그 이전의 정권들을 모두 군사독재정부라고 비난하여 우파정권의 연속성을 부인하였다. 민주화운동을 한 자들을 정치권으로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좌파의 숙주노릇을 하였고 민족을 가장 앞장세워 북한이 주적이라는 반공사상을 약화시켰다. 김영삼이 가장 잘못한 점은 역사바로세우기라는 명분으로 12.12와 5.18에 대한 소급입법을 하여 전두환과 노태우를 투옥시킨 것이었다.

허장군은 5공주역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12.12와 5.18에 대한 김영삼의 처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김영삼에 의하여 만들어진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파정치권이 올바로 서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현재의 우파정치권이 해 낼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그것은 결국 우파시민단체가 해내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일곱째, “고독하지만(2021)”. 이 책은 문재인정권 말기인 2021년 12월에 출간된 책으로 문정권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우파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지 못한 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하여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허장군은 문정권은 건국 이래 좌파세력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교육계, 노동계, 언론계,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틀어쥐고 독주하고 있는 정권이라 진단한다.

그에 맞서야 할 국민의힘은 가짜 우파정당으로 각자도생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들쥐모습으로 일관하고 있고, 좌파의 공세에 밀려 아예 자유시장경제노선 자체를 포기해버린 좀비정당이라 할 만하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며 반기업, 반시장 입법에 합세할 뿐아니라 대중영합적 국고낭비정책에 동조함으로써 시장경제를 갉아먹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면 부분적 변화나 표피적 개선이 아니라 전반적이고 근원적인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허장군은 정치인들, 관료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무리들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한 시민과 국민은 한없이 고독하다고 한다. 그런 고독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주장하여 왔던 허장군의 외침이 현실정치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허장군 자신의 고독이라 느껴진다.

나는 허장군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사상가로서의 그의 진면목을 느끼게 되었다. 우파시민들은 허장군에게서 자유주의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영삼에 의하여 만들어진 12.12와 5.18에 대한 소급입법으로 인한 역사왜곡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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