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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기업인과 군인과 종교인 
[논단] 기업인과 군인과 종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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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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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과 군인과 종교인 

최진덕(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재벌기업이 없었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벌기업을 일군 기업인들에 대한 나쁜 소문들이 많다. 

재벌기업 회장들과 관련해서, 돈벌이에 대한 탐욕, 권력과의 유착관계, 상속 관련 비리, 아랫사람에 대한 가혹함, 젊은 여자들과의 염문 문제 등등의 소문들이 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어디선가 경기고 출신의 어느 변호사가 재벌회장 치고 냉혹하지 아니한 사람을 못 봤다, 그러니 나처럼 돈없이 가난하게 사는 게 좋다는 식으로 써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자기보다 훨씬 돈이 많은 재벌 동창들에 대한 은근한 분풀이로 들렸다. 

6,70년대엔 많은 사람들이 이병철 회장을 돈병철이라 부르면서 비아냥거렸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면서 부자만 보면 욕을 하고 가난한 도덕군자를 높이는 위선은 조선시대 이래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전쟁터와 같은 국내외시장에서 거대기업을 이끄는 재벌회장에게 도덕군자이기를 요구하면 거대기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도덕군자는 베풀기는 잘해도 시장에서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 시장에서 돈을 잘 벌면서도 도덕군자인 사람이 간혹 있을 수는 있지만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기업가entrpreneur는  원래 도덕군자가 아니라 모험가adventurer 혹은 위험을 감수하는 자risk taker를 뜻한다. 더 큰 이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용기가 기업가의 본질 아닐까? 

그 용기 외의 것들, 예컨대 도덕성이라든가 청렴성과 같은 것은 부차적이다.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투자라든가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 혹은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출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거는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모험이라 생각된다. 

기업활동과 정치활동은 어느 나라에서나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가는 정치를 해선 안된다는 얘기는, 군인은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와 미찬가지로, 조선시대 이래 문민주의 전통에 찌들어 있는 한국에서나 통용되는 웃기는 얘기다.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라든가 김우중 회장의 정치적 야심도 모든 것을 다 거는 기업가정신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업인정신과 군인정신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 군인정신의 본질은 조국을 위해 혹은 자신의 주군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데 있다. 일본의 무사도는 한 마디로 하면 "죽는 것"이다. 이 말은 군인정신의 핵심을 가장 잘 요약한다. 

자신의 목숨을 포함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때 누구라도 마음은 온통 한곳에 집중된다. 칼을 든 무사가 적과 마주하여 일합을 겨룰 때, 또는 어떤 기업인이 전 재산을 던져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때, 그 기업가나 군인은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오로지 목전의 사업이나 목전의 적에 집중한다. 집중의 순간에는 기도의 순간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한곳에 집중하여 맑고 순수할 것이다. 고도로 집중하게 되면 심지어는 돈도, 승리도, 명예도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세속적인 차원을 초월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목숨이나 재산 혹은 명예를 다 잃을지 모른다는 엄청난 불안이 엄습하겠지만 고도의 긴장 속에서 집중 또 집중하는 가운데 기업가의 사업활동 혹은 군인의 전투행위는 종교인의 기도로 승화될 수 있다. 기업인이나 군인이 집중의 순간에는 세속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속을 멀리 초월하여 종교인이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물론 성공하여 크게 얻을 수도 있고 실패하여 크게 잃을 수도 있다.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투자에 성공하여 크게 얻었지만 정주영 회장은 대선출마로 인해 재산을 잃고 자신의 수명까지 단축했다. 김우중 회장은 젊은 시절 크게 얻었다가 말년에 김대중과의 정치적 악연으로 크게 잃고 말았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하늘의 뜻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거는 그 정신에 있다. 기업인과 군인과 종교인은 겉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본질적으로 일치하는 게 있다.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함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용기가 기업인과 군인과 종교인을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이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좌경화되어 그런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너나 할것없이 공무원이나 대기업직원이 되려 하고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개판을 쳐도 찍소리 안하는 게 그 증거다. 이런 용기 없는 젊은이들을 위해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옆에 이승만 박정희의 동상을 세우고 또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세 분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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