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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하여
[칼럼]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하여
  • 최에스더 변호사
  • 승인 2017.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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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에스더 변호사
최에스더 변호사

 

지난 3월 10일 탄핵인용이 결정 된 후 헌법재판소로 향하려는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한 노인이 경찰버스로 집회 참가자들을 가로막고 있던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았다. 그 과정에서 방호차벽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량이 충격을 받아 이 차량에 탑재되어 있던 스피커가 추락해 지나가던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노인은 곧 특수폭행치사죄로 기소되었고, 변호사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는 같이 일하는 시니어변호사님의 권유로 이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특수폭행치사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항고 하였으며 예비적으로 과실치사죄를 추가하였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피고인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경찰들의 과실을 묻는 필자에게 애시 당초 피고인의 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럼에도 경찰들의 과실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라 주장했다.

물론 피고인의 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피고인에게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법적 의무가 있는 경찰들은 그 날 어떠하였을까.

당시 현장에는 집회 상황을 총괄하는 종로 경찰서장이 수시로 집회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고, 수백 명의 경찰들이 집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피고인이 50여 차례 차벽을 추돌해 소음관리차량에는 큰 충격이 가해져 심하게 흔들렸지만 상부는 소음관리차량을 이동시키라거나 탑재된 스피커를 하강시키라는 등의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의 경찰들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

또한 소음관리차량이 흔들리면서 그에 탑재되어 있던 100kg에 달하는 스피커가 위태롭게 기울어진 채 방치되고 이 상태에서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로 가기 위해 그 앞을 지나가는데도, 경찰들은 시위자들에게 위험을 알려 이동을 통제하거나 부러진 스피커를 고정시키려는 등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음관리차량에 충격이 가해지기 시작하자, 차량 안에 있던 경찰들이 100kg에 달하는 스피커를 차안에서 버튼만 누르면 하강시킬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강시키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안전만을 위해 차량에서 무작정 이탈했던 점을 보면, 당시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에 대해 얼마나 둔감했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수많은 경찰들의 과실이 개입되어 있었다. 피고인의 버스추돌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경찰들이 안전의무를 해태하지만 않았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는 피고인 뿐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혈혈단신인 고령의 피고인만을 기소하여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물었다.

한국 사회가 헌법 제 11조 1항에서 규정한‘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독점적인 기소권을 갖는 검찰들의 공정한 기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문턱에 닿기도 전, 검찰의 선택적인 기소에 의하여 법은 모두에게 평등할 수 없다는 현실이 필자를 씁쓸하게 했다.

국정농단으로 소란스러웠던 지난 2016년, 2017년을 보내며 필자는 검찰의 정치적인 기소를 이미 경험하였다. 검찰들은 철저히 증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그저 정치가 흐르는 대로 그리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대로 다수의 눈치를 살피며 기소하였고 이로 인해 공정한 재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러한 검찰들의 태도가 지속된다면 법은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될 것이며, 국민들은 더 이상 법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한국 사회의 질서는 파괴될 것이다.

이 사건 항소심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특수폭행치사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검찰이 예비적으로 추가한 과실치사죄의 경우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하여 과실치사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국민들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공정한 기소가 전제될 때만이 비로소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 한발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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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 2017-08-29 13:02:02
멋진 판결이네요.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