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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탈원전’인가 - 설마 부탄식 ‘행복국가’ 꿈꾸나
[칼럼] 왜 ‘탈원전’인가 - 설마 부탄식 ‘행복국가’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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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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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재)굿소사이어티 이사, 前경희대 객원교수
한빛 원자력발전소.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빛 원자력발전소.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많은 국민들의 우려에 아랑곳없이 “탈핵(脫核)시대”를 외치며 ‘고리 1호 원전의 영구퇴출’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속내가 매우 궁금하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생각까지 떠오를까 마는 대통령이 혹시나 “부탄식 ‘행복국가’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행하려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작년 7월 네팔과 부탄을 여행하면서 부탄에서 2주일간 머무르며 부탄 총리를 만났다고 한다.

그 후 10월에 한국을 방문한 부탄 보건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탄의 행복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부탄이란 나라와 그 나라의 ‘행복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국토면적이 우리나라 절반보다 작은 부탄은 국토의 80% 이상이 고산지역으로 경작 및 취락 지역은 국토의 8%에 불과하다.

인구는 우리나라 제주도 인구보다 조금 많은 77만여 명(2015년 현재)이며 전체 국민의 99% 이상이 무소유와 나눔의 덕에서 행복을 찾으며 윤회(輪廻)를 믿는 불교(75%내외)와 힌두교(25% 내외) 신도이다.

따라서 부탄 국민은 정신적 평화보다 물질적 풍요 추구에 비중을 두는 우리와 삶의 목표와 방식이 같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부탄의 행복정책 도입을 거론한 건 부탄을 ‘국민행복지수’ 1위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탄은 종교나 국민의식뿐만 아니라 경제여건에서도 인구가 5000만이 넘는 우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빙하와 고산으로 수자원이 풍부하여 수력발전이 주요 수출자원인 부탄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와는 제반 여건이 판이하다.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라는 개념은 1979년 처음 논의된 개념으로, 공정한 사회·경제 발전, 환경 및 문화의 보존 및 통제관리 등을 주축으로 한다.

현 국왕(5대) 즉위 이후 이 개념은 국민총행복위원회(GNHC)에 의해 9개 항목으로 세분화되어 2008년 이래 국가정책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다.

부탄이 ‘국민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주장은 이 기준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탄의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건 무소유와 윤회를 믿는 그들의 종교적인 영향이 크다.

세계 각국 국민의 행복도에 관한 보다 객관적인 자료로 유엔산하기구인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의 ‘World Happiness Report’와 영국의 ‘New Economics Foundation’(NEF)의 ‘Happy Planet Index(HPI)’를 들 수 있다.

NEF의 HPI는 환경보존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주로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산하 SDSN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는 복지(caring), 자유(freedom), 관용(generosity), 정직(honesty), 건강(health), 수입(income), 통치구조(governance)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유럽을 위시한 주요 선진국들이 상위를 차지 하고 있다.

2017년에는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순으로 1~10위를 차지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51위, 한국이 56위, 중국이 79위이며, 부탄은 97위를 차지했다.

이런 사실들을 보더라도 ‘탈원전’ 논리는 ‘부탄식 행복정책’과도 전혀 무관한 문제이고 경제적, 환경적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탈원전 강행’의 의도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우리가 ‘탈원전’을 외치고 있는 사이에 “2030년 세계 1위 원전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1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차세대 원전기술인 ‘고온가스로(爐)’ 기술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말 바꾸기 명수(名手)”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이 ‘탈원전’ 문제도 돌연 말을 바꾸지나 않을까 기대도 해보지만,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보수단체 인사들을 고발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의 고문이라는 사실도 께름칙하다.

이 나라의 수많은 원자력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나 이들이 어떤 사람들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려는 지도 걱정된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대선 불출마, 정치 포기” 등을 선언하고서도 “그런 게 정치 아닙니까?”, “정치는 흐르는 것이죠”, “장난스럽게 한 얘기”라며 말을 바꿨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말 바꾸기’는 여전하다.

우선, 대통령이 되면 북한을 제일 먼저 방문하겠다고 선언한 후 미국을 먼저 방문했고, 사드 추가 배치에 제동을 걸다가 북한의 ICBM 발사실험 몇 시간 만에 잔여 발사대 4기의 즉각 배치를 지시했다.

앞으로도 공무원 증원 문제나 정규직 전환 문제 등에 계속 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그랬듯이 우리 국민은 정치인의 ‘말 바꾸기’에 관대하다.

그러나 나라의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사심(私心) 없이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나 판단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은 쉽게 말을 바꾸지 않는다.

60년 넘는 남북대치와 북의 수시 도발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의 안보 의식은 ‘양치기 소년과 늑대’ 마을 주민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위협받으면 북을 완전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우리는 인도적 지원 타령이나 하며 태평한 모습이다.

그래서 ‘죽어봐야 죽는 맛을 아는 국민’이란 말도 나온다. 대통령의 탄식처럼 안보문제에 우리가 직접 나설 힘이 없으니 그저 팔자에 맡기자는 걸까?

‘탈원전’ 강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북한이 코 앞에서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는 판에 ‘탈핵’을 주장하며 원전을 없애나가겠다는 발상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복 국가’로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따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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