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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대표의 지대 개혁론과 탈북단체의 절규
추미애 대표의 지대 개혁론과 탈북단체의 절규
  • 이춘섭/논설위원
  • 승인 2017.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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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섭/논설주간(건국대 명예교수)

 

추미애 여당 대표가 국회에서 지대 개혁을 주장하였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고 한다.

추 대표는 집 없는 사람들이 전월세에 시달리고, 자영업자들이 비싼 상가임대료에 사업을 접고 있는 현실에서 지대개혁 없이 성장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비싼 전월세나 자본주의 빈부격차는 그 원인이 토지에 대한 사소유권 때문이라고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추 대표는 과거에 농지 개혁을 실시한 것처럼, 오늘날은 도시지대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고 종합토지 보유분에 대해서 누진세를 부과하자고 한다.

 

한편 이런 토지문제가 사소유권에서 발생하니, 중국처럼 소유권보다 단지 사용권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소유권이 없는 북한에서 살다가 탈북한 사람들이 주축이 된 탈북자단체들은 추 대표를 사소유권을 부정하는 토지 국유화론자, 공산주의자라고 성토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매주 토요일 추운 날씨에 COEX 앞 길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로 절규하고 있다. 여기서 헨리 조지의 이론과 추 대표의 논지, 탈북단체의 주장을 비교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중상주의는 무역이 국부를 증가시키는 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중농주의는 한 알을 심으면 수십 알을 수확할 수 있는 농업 내지 토지만이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중농주의자들을 포함하는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노동만이 분배를 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헨리 조지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들은 지주야말로 아무 기여 없이 토지나 독점하면서 지대를 불로 착취하는 계층으로 보았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와 달리 개인의 사소유권은 인정한다. 다만 도시토지의 개발이익을 100% 조세로 환수하자고 한다.

 

그러나 토지가치의 증가분을 100% 환수한다면, 사소유권은 명목에 불과하고 완전히 허권화되어 토지를 국유화와는 것과 다름없다. 탈북민의 주장에 근거가 있다. 그 결과 개인은 창의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동기가 전혀 없어서 한 나라의 경제에서 근본적이고 중요한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할 수 없게 된다.

헨리 조지의 주장은 당시에는 마르크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중국 손문(孫文)의 지권사상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헨리 조지는 조세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 하나의 조세만으로도 국가재정을 다 충당하고 다른 조세는 폐지하자는 단일 조세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토지가치의 증가세만으로 한 국가의 재정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기계 등 생산수단도 토지와 비슷한 지대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가치의 원천이 단순히 토지 하나만이 아니라 기업가의 창의 등 다양한 원천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헨리 조지는 주류경제학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헨리 조지 사상을 우리나라에 접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 대표적 예가 노무현 정부 때 정책특보였던 이정우 교수였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일반재화와 달리 토지는 공급량이 고정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토지세를 강화해도, 토지공급량은 줄지 않으면서 토지가격은 세금만큼 내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토지에 대해서는 다른 재화와 달리 과세를 하더라도 경제에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

 

그러나 지가가 문제되는 토지는 농업용 토지가 아니라 도시용 토지이다. 이 도시용 택지의 공급량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교통 등 기반시설을 갖추면 주변 농지에서 도시택지를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사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그리고 근대 알프레드 먀살(A. Marshall)의 경제학까지도 토지는 신이 내린 자연재로서 인간의 노동이 들어가지 않은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재화와 크게 다르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 후의 도시 토지경제학은 도시 토지가 일반재화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도시 토지든 양모로 만든 의복이든, 하나님이 주신 자연상태에서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 따라서 토지도 다른 것처럼 일반자본에 들어간다고 본다.

 

그렇기는 하지만 도시 토지는 추가로 공급하려면 몇 년이 걸리고, 그 기간 내에는 고전파 경제학이 상정한 것처럼 공급량은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보유세 강화는 고스란히 소유자가 부담하고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1989년 소유자별로 택지 산지 등을 합산해서 누진세율로 부과하는 종합토지세를 신설했다. 이론과 달리 임차인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조세전가인지 물가상승인지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재경부가 주관해서 합동으로 6대 도시 상가 100곳 아파트 단독주택 포함, 124곳을 조사하였다. 결과는 69개 업소가 인상했고 인상률은 10%이내가 다수였는데, 관련자들의 인식은 물가상승이 아니라 조세전가라는 것이 다수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에 소유주와 임차인이 각각 1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임차인이 전가를 거부할 여지가 클 것이다. 그러나 지주가 2, 임차인이 20명이라고 하자. 임차인 개개인은 다른 임차인이 함께 대항할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고, 결국 분위기가 지주강세로 흐르면 개별 임차인은 힘없이 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토지 공급이 가격에 비탄력적이라 공급 곡선이 수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유자와 임차인간에서 전가가 안 된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토지세도 무조건 중과할 수 없고,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추 대표는 택지든 산지든 사람 별로 합산해서,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종합토지보유세의 도입을 주장한다. 얼마까지 과세를 강화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와의 국제비교를 하고, 우리 세율이 낮으니 올려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산세가 우리나라는 0.8%, 미국은 3.0%이라는 자료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부동산세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구청의 교육비가 들어간 것으로 양자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추 대표가 생각하는 헨리 조지의 세금은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지, 원본을 침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만일 물가상승만큼 오르는 토지에 물가상승분을 초과해서 과세하는 것은 개발이익의 환수가 아니라 원본 침해일 것이다.

 

그런데 30년간의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부동산가치 상승률보다 더 높다는 통계가 나온다. 따라서 물가상승률만큼 전국적으로 과세하면 원본침해가 된다. 여기서 전국에 대한 단일한 지대조세로 국가의 전체 재정을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개발이익 환수가 목적이라면 전국에 대한 재산세로 할 것이 아니라, 종전의 토지초과이득세처럼, 특별히 이익이 있는 일단의 토지에 대해서만 환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특별한 이익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양도소득세와 달라 이익이 현금화 되지도 않았는데, 관념적인 평가만으로 거액의 세금을 징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재산세로 하는 것은 그런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토지초과이득세 대신 노무현 정권에서는 누진적인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회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몰수하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물가상승이 없고, 그래서 실질가치는 불변이라고 하자. 만일 토지세율을 2%로 한다는 것은 대략 50년에 걸쳐서 부동산을 몰수하는 것이 된다. 세율이 2%가 되면 중국의 60년짜리 토지사용권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금이라 하더라도 인상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지스트 중에는 노예에 투자한 사람에게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보상 없는 기득권 침해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보상을 하여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서 그 재산권이란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결국 자유주의 헌법을 부정하고 보상 없는 농지개혁을 한 공산주의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그 목적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서 재산분배적 기능을 강조했었다.

 

그러면 재산재분배의 목적이라면 앞에서 본 것처럼 세율을 2%로 해서 재산을 사실 상 몰수해도 합헌일까? 헌법의 재산권 보장 조항은 목적에 따른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는 바, 보상 없는 몰수로써 위헌임은 물론이다.

 

아마도 추 대표는 보수정권에서 종합부동산세가 약화된 것을 다시 환원코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당시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보다, 실제 세수도 많지 않으면서 조세저항만 커서 세율 등이 인하 조정된 것이다. 그런 것을 다시 옛날로 환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추 대표는 중국의 토지사용권 제도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하고 있으나, 중국에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성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정책을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지 소유권은 사용 수익 처분권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에 대한 제한은 토지의 공개념이라 해서 다른 재산에 비해 제한이 매우 크다. 그만큼 사용권에 가까운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 사용권에 대해서 수용하는 경우에도 보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토지초과 이득세나 200평 이상의 택지보유를 금하는 택지과다보유제가 토지소유권의 본질 침해로 위헌이 되었지만, 소유권이 아니라 토지사용권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일이다.

 

중국의 토지사용권은 홍콩, 싱가포르를 통해서 영국의 제도가 들어 간 것 같다. 이들 나라에는 소유권뿐만 아니라 토지사용권이 있다.

 

그런데 자유주의국가와 달리 공산주의 국가에서 사용권의 처분을 국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허가를 잘 안 해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거주 이전의 자유가 박탈된 인민은 토지에 묶이는 농노로 전락하게 된다(지방정부의 허락 없이 토지를 떠나 무단히 도시에 나가 노동하는 사람들이 중국의 농민공이다).

 

이 지옥을 겪은 탈북민들은 온 몸으로 남한 사람들에게 호소,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6·25직전 북한의 폭정을 벗어난 서북청년단 같은 이북출신들이 공산주의의 위협을 알리고 남한의 빨갱이와 싸웠다. 70년이 지나 같은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만기가 종료된 경우에 정말로 중국정부가 회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수 있을까. 이는 현재 중국에서 국가적 문제이다. 그러나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재계약할 가능성이 큰 바, 어느 에서는 실제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투기 등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일이 된 후 북한의 토지를 남한과 달리 소유권은 국유로 남기고 사용권만을 허용하자는 주장을 조지스트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사용권이라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았다. 투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토지사용권을 주택 월세처럼 2년 정도로 하면 어떨까? 투기가 사라지는 대신에 아무도 토지에 투자해서 최유효 이용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유권은 모래를 금으로 변하게 한다"는 격언이 있다. 동구가 망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부동산시장을 만든 일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책상물림 박사들보다, 고시를 합격한 여당대표보다 북한에서 체험한 분들이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추 대표가 말하는 종합토지세는 1989년 도입되었다. 2005년에 건물까지 합하여 현재의 종합부동산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새삼스럽게 다시 종합토지세를 도입하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있을 수 없는 난센스가 발생한 것 같다. 추 대표의 해명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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