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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영어교육 100년의 실패를 반복하려고 하나
[컬럼]영어교육 100년의 실패를 반복하려고 하나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8.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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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습득은 유아시절부터 끊이지 않는 식사와 같이
최은경 바른교육실천행동 사무총장
최은경 바른교육실천행동 사무총장

정부가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실을 금지한다는데, 정책을 정하는 사람들의 기준이 무엇일까. 

언어습득은 0세에서 8세까지 가장 활력적이며, 그래도 12세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후부터는 현저히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어려운 ‘학습’이 되어버린다. 늦게 시작한 언어는 사전을 모두 외워도 말이 트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한국 영어교육 100년 실패’라는 결과물 아래 뼈저리게 깨달은 바 있다. 

미국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습득장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 장치는 12세 이전엔 활발히 작동하여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지만, 13세부터 장치가 점차 소멸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연령에 배운 영어는 자동습득으로 편안하게 익혀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배움이 힘들어지며 결과도 쉽게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언어학자들의 이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영어에 노출된 어린 꼬마들의 혀가 원어민처럼 돌아가고 문법을 가르치지 않았는데 문장을 구사하며 수다떠는 것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안타깝게도 영어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중학생은 단어도 외우고 문법을 배우며 밤새워 노력해도 말이 쉽게 트이지 않는다.

물론 흔치 않게 영어책을 다량으로 읽은 학생들 중 소수는 성장해서 배워도 제법 구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어릴 때 배우는 것보다 10배 이상 노력이 필요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책벌레처럼 생활할 때 가능하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인데, 할 일도 배울 것도 많은 현대사회에 가능해 보이지 않다. 

또한, 언어는 유아시절에 배우고 몇 년 환경을 닫아 버리면 망각현상이 발생한다. 유아기에는 자기가 속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본능으로 한국어만 들려오면 한국어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기에 익힌 현악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A라는 학생은 1년간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중단하고 6년이 지났을 무렵 다시 배우려 했으나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학생은 자신이 예전에 배웠는데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自他의 질타를 받으며, 스스로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그 학생이 영원한 음악 공포증을 지니게 만들었다. 

사실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사회적으로 나오는 기대감에 못 미치는 상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이든 영어든 7세 이전에 몇 년 배웠다가 노출에 단절되면 90% 이상 망각하게 된다. 완전히 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환경에 빠진 아이들에게 ‘예전에 잘했는데 왜 잊어버렸어’와 같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쓸데없는 기대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결론적으로, 언어는 유아시절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고, 살아가면서 밥 먹듯이 끊이지 않는 평생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1,2학년 영어교실 금지는 향후 학생들에게 영어 공포증을 지니게 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진심으로 미래의 꽃나무들이 세계무대의 주역이 되길 바란다면, 영어교실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영어교실의 환경을 개선해서 다양한 엑티비티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이 매일 영어에 노출되도록 각종 영어교실을 확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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