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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남기 사망사건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지켜보며
[칼럼] 백남기 사망사건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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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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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사망사건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지켜보며

 

지난 6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3호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장판사 김상동)는 백남기 사망사건과 관련되어 기소된 서울지방경찰청장 구은수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고하였다.

당시 서울청장 구은수는 살수를 직접적으로 지휘 감독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신윤근 제4기동단장은 현장 지휘자로 지휘감독의무소홀 책임을 물어 벌금 1000만원, 살수자 한석진은 머리와 상반신에 살수함으로써 과잉살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주의의무위반의 책임을 물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2년을, 살수 보조자 최윤석은 같은 이유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얼핏 보면 과실치사혐의 치고는 무척 관대한 처벌을 선고한 이 판결은 정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구형보다 형량이 낮아진 이유는 당시 경찰이 폭력시위를 방어하던 입장이었던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판결은 형사소송의 원칙을 무시한 엉터리 판결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할 재판부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시종일관 백남기씨 사망의 원인이 살수때문이라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한 번도 따지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였다.

심지어 한 시민이 법원에 제출한 백남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빨간 우의입은 남자라는 관련 자료를 증거로 채택해놓고도 증거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질책이 있을까 염려해서였는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그 상황에서 꼭 그렇게까지 살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고 밝힘으로써 백남기 사망 원인에 대한 부분은 일부러 고려하지 않았음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살수로 백남기가 죽지 않았다면 살수차 조작자의 과실을 물을 수 없다.

살수로 인해 백남기씨가 넘어졌다고 하더라도 넘어진 일과 사망사이에 제3의 행위가 개입되었다는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합리적의심이 없도록 해명되지 않을 경우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경찰의 과실을 묻기 전에 반드시 살수와 백남기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했어야 하는 것이다.

판사는 원칙적으로 자유심증에 따라 재판을 한다. 그러나 그 자유심증은 헌법, 법률, 법관의 직업적양심에 기초하여 경험칙에 부합한 판단을 해야하는 범위내에서의 자유심증이다.

어두운 밤, 전투를 방불케하는 폭력 시위 현장에서 가슴아래를 조준하라는 원론적인 규정에 불과한 살수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여론에 못이겨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여론눈치보기 재판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판사가 형사소송의 기본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저버리고 여론이 만들어 내는 유죄추정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판사라고 할 수 없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재판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부정선거도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무효가 되듯, 이런 판결은 그 자체로 무효라고 밖에 볼수 없다.

판결이 법률과 직업적양심을 벗어나 인신구속의 도구로 전락시킨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남의 눈에 있는 가시는 볼 줄 알면서 자신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대한민국의 재판부의 실체인지 아니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비굴한 존재가 대한민국 재판부의 실체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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