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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핵문제와 `제갈량 신드롬`
[칼럼] 북핵문제와 `제갈량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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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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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최근 북한 특히 북한의 핵문제에 관하여 이런 저런 사람들과 토론을 하면서 느낀게 있다. 우리 모두 삼국지(정확하게 말하면 ‘삼국지연의(소설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은 것 같다.

어떤 사태의 관한 팩트를 수집하거나 그를 중심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전개될 결말을 예측하는 데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가치를 많이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같은 각자의 추측과 전망이 SNS는 물론이고,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토론장도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올바른 문제의 진단과 해결책이 찾아지기 어렵다. 이런 경향, 즉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멋드러진 계책(이 경우 계책도 힘도 들이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기상천외해야 가치가 있다)을 내고자 하는 경향을 “제갈량 신드롬”이라고 이름지어 보고자 한다.

대부분은 알지만 ‘삼국지연의’는 사실보다 허구가 훨씬 많다. 가장 멋드러진 제갈량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적벽대전 자체가 실제로는 위나라와 오나라 간에 있었던 아주 작은 국경분쟁에 불과했고, 연대적으로 이때 제갈량과 유비는 만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조자룡이 평범한 군수장교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어떤 사람은 20%, 어떤 사람은 5%만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은 신처럼 어떤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빨간 주머니, 파랑주머니, 노랑주머니를 주면서 급할 때 한 개씩 열어보라하기도 하고, 동남풍을 불도록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소설인데 못할 것이 어디 있나?

대조적으로 서양의 군사이론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론”을 통하여 ‘불확실성(uncertainty)’을 강조하고 있고, 이것이 현재까지 서양군대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The first casualty of the war is the OPLAN”(전쟁이 발생하면 작전계획은 적용할 수 없게된다)라는 말이 강조되고 클라우제비츠의 “fog of war” 즉 전쟁은 안개처럼 어느 것도 미리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추측이 아닌 정보수집을 가장 중요시한다.

아무리 훌륭한 장군이라도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수단을 동원하여 적의 능력과 작전계획을 확실하게 탐지하여 정확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이것이 소설이 아닌 현실의 전쟁수행법이고,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정말 사활적인 사항이다. 어떻게 근거없는 추측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확실하지 않는 전망에 근거하여 우리의 대응방향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가 틀리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가? 미북회담이 어떻게 전개되고, 전체적인 북핵문제가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중요한 것은 가용한 모든 정보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능력과 계획을 알아내는 것이지 가만히 앉아서 삼천리를 보는 것처럼 추측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제갈량이 제시하듯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계책은 없다. 오로지 당시 당시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여 문제를 해결 또는 대응해나갈 뿐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그 해결책의 대부분은 힘든 노력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지 손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제갈량 신드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사실 위주의 토론이 가능해지고, 북핵 문제에 관한 실질적인 대책이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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