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7 22:52 (일)
[단상] 시적 은유의 보호막 아래서
[단상] 시적 은유의 보호막 아래서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우석/시인, 자유기고가
손우석/시인, 자유기고가

현실적인 대통령의 성이 문씨라하여

문은 영어표기(moon)로는 달이니

그 달을 지키는 부엉이가 되겠다는

정치인들이 생겨났다 한다.

외로운 늑대가 달을 보고 울부짓는 거라면 또 몰라도

부엉이가 달을 지킨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한 여름을 향해가는 시절이 춥다.

그리고 한 데 내몰린 고아처럼이나

두리번거리며 무서워하고만 있다.

소리 내어 울거나 악이라도 쓰고프나

또 그로 인하여 처형될까 두렵다.

 

그러나 도저히 그냥 숨죽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하여 시적 은유의 보호막 아래 숨어

같잖은 시라도 써보고자 함이니!

 

() 동물공화국에도 봄은 오는가?

 

중국 용은 황사를 타고 올라

삼천리 금수강산에 핏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붉은 이리떼는 잠든 봉황 꼬리에 촛불을 댕겨

땅 밑으로 떨어뜨리네.

 

3대를 이어온 붉은 식인돼지가

파멸의 버섯구름을 피워내는 핵장난감을 만지작대는 사이

그 몹쓸 돼지와 이리떼의 야합을

알아차린 순하디 순한 양떼들은

오늘도 그 빌어먹을 침묵을 고수한 채

흰머리 독수리의 강림만을 기다리는

잔인한 7월이 또 길다.

 

공연히 눈물 흐를 듯하여 서둘러 올려다 본 하늘은

빌어먹도록 선명하기만 한데

짧은 장맛비 걷혀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 아래

우리 모두는 갈가리 찢긴 채

지금 어드메 만장단애를 향하는가?

 

밤이 깃든 지 오래인데

여명의 조짐은 아직인데

그 밤하늘에 뜬 붉은 달만 둥글다.

 

붉은 색을 더해가는 달님 주위엔

주먹만 한 눈망울 크게 부릅뜬 부엉이 무리들이

달 지킴이를 자처하고 떠올라

정치 때 더러운 날개 부석거리는데

레밍 쥐 되어버린 지 오래인 나는

부엉이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한겨울 문풍지처럼 바들바들 떨고만 있는 것이다.

 

냄비 속 물은 이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미를 냇가에 묻은 청개구리들은

미지근한 수온에서 네다리 쭈욱 뻗고

지난 날 안온을 즐겨왔으나

이제 물은 뜨겁고 뛰쳐나가야 할

냄비 턱은 턱없이 높은 것이니

 

흰머리 독수리는 이 땅의 이리떼와

처죽일 놈의 침묵 속 양과 개돼지

레밍 쥐 떼를 불신한 나머지

이제 오히려 저 동토의 붉은 돼지를

가까이 하려는 날갯짓까지 보이지 않는가?

 

! 이 땅의 7월이

한 여름이되 한 겨울 같기만 한

이놈의 7월이

더 엄혹한 추위를 몰고 오기를!

겨울 깊으면 봄도 머지않으리니

어서 만물 소생하는 봄바람을 불러

냄비 속 개구리를 깨우고

양들의 오랜 침묵의 벽을 깨부수고

레밍 쥐들을 부엉이의 날카롭고 음산한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기를!

이 동물공화국에도 봄은 오기를!

 

역시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아무 감흥도 촌철살인의 비유도 없는

넋두리가 되고 만다.

그러나 이 같잖은 몇 줄의 시를 통해

빌어보고 싶은 것이다.

 

신이여!

 

지금 저희가 갖고 있는 이 슬픔과

온갖 걱정이 다만 기우이기를!

 

이 땅의 사람들이 개돼지나 쥐떼는 물론

죽을 때가 되어서야 한소리 메에소리 내어 울고 가는

양떼는 결코 아니었음을!

 

애국가 구절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결코 허언은 아니었음을!

 

우리 모두 스스로 또는 억지로 뒤집어 쓴

동물들의 탈을 벗고 거듭 나

저들이 즐겨 말하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에서 한데 어우러져

정의롭고 자유로운 넓은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다만 엎드려 비옵니다.

 

2018. 7. 7 비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