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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에세이] 다 아는 비밀
[푸념에세이] 다 아는 비밀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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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노경민/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영원한 비밀이 있으려나.

무덤까지 가져가는 비밀은 대체 무얼까?

"내 인생에 여자는 당신 한 명뿐이라고? 은밀하게 속삭이더니, 말이나 말지. 그 말에 넘어가 여태 이러고 산다."

모르면 약이고 알면 병이라더니 그 친구 남편은 소문난 바람둥이다. 자식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산다고 말하지만, 그 속이 오죽할까.

"얘! 그 얘기 들었니? 숙이가 워크숍 간다고 하고선 2박3일 여행 간 거, 누구랑 간지 알아?"

안들 어쩌지도 못하면서, 묻어두는 비밀도 있어야 제 맛이 나련만, 입이 달싹거린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더 보태진 건지 알 수 없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엔 살이 토실토실 붙고 피까지 흐른다.

"너만 알고 있어. 이건 비밀이야!"

몇 명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떠돌다 보니 공공연히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이 되고 말았다. 비밀은 묻어두어야 제 맛이 나는 거고, 밝혀지지 않고 숨기는 것이 비밀 아닌가. 마음속 깊이 숨겨진 비밀, 깊이 감추어진 내막의 비밀은 알리지 말아야 한다.

"애들 있는 줄 모르고 떠들다가 싸움 났잖니."

남편 몰래 명품가방 사서는 숨기느라 시장에서 세일하기에 하나 샀다고 둘러댔다. 친구들과 모여 자랑삼아 떠든 것을 아이들이 듣고 아빠에게 전하니 결국 남편과 싸움이 난 거다.

"아니야. 하긴 뭘 해! 괜히 멋모르고 하다가 얼굴 망칠 일 있냐?"

빤히 보이는 비밀이다. 이마도 도톰하고 봉긋이 오른 게 자연 이마는 아니고, 팔자주름도 쫙 퍼져 사탕 입에 물고 있는 양 탱탱한 것이 그냥은 아닌데.

하긴 우리 나이엔 한 달 내 선글라스로 가려서라도 처진 눈가 올려줘야 하고, 보톡스로 주름도 펴줘야 맞지. 당연한 비밀을 자랑하는 모습이 꼴불견이지만, 모른 척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비밀'도 비밀 나름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밀밭에 나가 소리치던 이발사의 비밀은 은밀했다. 모두가 다 아는데 둘만 모르는 연애 바보는 사랑스럽다. 사랑은 더 많이 알려도 좋겠지만,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비밀은 어쩐다?

그냥, 말 나온 김에 다 불어버려?/프리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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