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깨닫지 못한, 아니 알려고 하지 않은 과거의 깊숙한 공간처럼 낯설지 않은 이 저녁의 길이 오늘 밤은 유난히 더 검다.
그리운 날들의 체취와 흔적을 훑듯이 심장 속으로 달려드는 옛길의 적막한 산책. 한바탕 들끓던 그리움들이 저 달빛처럼 알알이 내려와 꽃잎을 피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둥그런 길에 노란 꽃잎 같은 영혼 하나 묻고 가는 빈 가슴의 울림처럼 등 뒤 서늘하게 빛나는 그리움. 여전히 눈물로 따끔거린다.
우리 마루와 걸었던 그 길마다…
달맞이꽃
미지의 달빛을 품어
외로운 풀 그림자에 기대 선 너는
삶의 꽃대를 밀어 올리는
저 달빛으로부터 운명을 받아들이지
흐린 날 고독에 겨워
동그랗게 사위는
안개 같은 꽃잎이여
삶의 경계가 불분명한 새벽
별들의 기지개를 보며
가슴 밝혀 데우는 꽃잎 한 장
여름의 기억이
빗물로 떨어지는 그 곳
가장 외로운 시간에
샛노랗게 쏟아지는 새벽의 꽃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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