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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탄기술로 몽골 대기오염 걷어낸다
한국 연탄기술로 몽골 대기오염 걷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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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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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무출룬 몽골 총리직속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 일행이 제일 연탄 연소기술 검증을 위해 지난달 22일 한국 영주 제일연구소를 방문했다. (좌측 다섯번째가 김성수 제일 대표, 여섯번째 두루무출룬 사무국장)
▲두루무출룬 몽골 총리직속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 일행이 제일 연탄 연소기술 검증을 위해 지난달 22일 한국 영주 제일연구소를 방문했다. (좌측 다섯번째가 김성수 제일 대표, 여섯번째 두루무출룬 사무국장)

 

"몽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 우린 성공적으로 이 사업을 완수해야 한다. 호주, 독일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우린 가급적 한국기술을원한다. 한국은비행기로 불과 3시간거리이고 '사돈의 나라' 아닌가" (두루무출룬(61) 몽골 총리직속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

"몽골은 고도가 높고 산소가 부족해 최적·최고의 연소기술이 필요하다. 연탄으로 난방과 취사까지 해결한 한국경험을 살려 몽골 하늘을 다시 맑게 만들고 싶다. 우리목표 중 하나는몽골에 성공적으로 연탄기술을 전파하는 것이다." (김성수 ㈜제일 대표)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산법리 제일연구소 회의실. 두루무출룬 국장이 이끄는 몽골기술검증단 일행이 제일 측 기술브리핑을 듣고 난 뒤 진지한 표정으로 김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제일이 보유한 기술을 게르(ger. 몽골전통가옥) 내부에서 사용가능한지부터기술이전 예상 소요기간, 원가경쟁력까지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검증단은 전날밤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자정께 인천공항에 도착, 곧바로 영주로 이동해 4~5시간 눈을 붙인 뒤 이날 제일연구소를 방문했다. 울란바토로시(市) 환경개선 담당공무원을 비롯해 현지 에너지·환경 분야 엔지니어 다수가 합류했다. 몽골의 풍부한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되 대기오염이 최소화 되는 기술을 발굴·검증해 해당기술이 성공적으로 자국에 도입되도록 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앞서 2010년 제일은 연탄의 형상을 유지하면서 완전 연소돼 연기나 미세먼지를 유발하지 않는 '유연탄용 무연(無煙) 보일러'를 최초로 개발했고, 국내외에 5건의 관련특허를 출원했다. 또 '그린콜(Green coal) 난방시스템'으로 명명한 이 기술 보급확산을 위해 올해 20여억원을 들여 영주에 전용탄 생산공장(태상에너지)을 건립했다.

제일은 1958년 김 대표의 부친인 고(故) 김유호 제일공업사 사장이 창업해 3대(代) 60년에 걸쳐연탄가공설비 기술명맥을이어가고 있는중소기업이다. 김 대표는 연탄산업 사양화가 본격화 된 2008년부터 "10년 뒤엔 몽골과 북한이 미래 최대 연탄 수요처가 될 것"이라며해외진출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인 이날자사 기술을 원하는 몽골 정부 측 검증단을 맞아들였다.

▲몽골 기술검증단이 제일의 유연탄 무연 연소 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몽골 기술검증단이 제일의 유연탄 무연 연소 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몽골이 연탄 연소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수도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도심지역의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이다. 두루무출룬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서 한해 소비되는 유연탄은 화력발전소용 400만톤, 가정난방용 100만톤 등 약 500만톤이다. 일반 가정의 경우 3개월 기준 가구당 약 5톤을 사용한다. 난방기간은 연간 4~5개월이다.

이같은 유연탄 소비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하늘이 맑은 곳 중 한 곳이던 울란바토르를봄·가을조차 파란하늘을 볼 수 없는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도시로 만들었다.약 140만명의 인구 가운데 외곽에 거주하는 70~80만명이 가정용 난로로 직접 유연탄을태우는 것으로 추정된다.매연과 미세먼지,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그대로 대기로 배출되고 있다.

고심끝에 지난해 몽골 국회는 내년 5월부터 가정내 유연탄 직접 연소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본격적인 환경규제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몽골 환경당국은 기존 유연탄을 그대로 사용하되 오염부하를 90%이상 낮출 기술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일명 'Smart Coal, No smog Coal' 정책이다. 몽골은 국제 경쟁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술공모를 통해 모두 5개사를 선정, 이들 기술을 자국에보급한다는방침이다.

이미 3개사가 관문을 통과했고, 이번에제일을 방문한 것도 추가 기업선정을 위한사전검증차원이다. 물론 '태울 때 연기가 난다'는 유연탄(有煙炭)을 무연탄(無煙炭)처럼 연소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유연탄을 물로 세척한 뒤 연소시키는 기술을 제안한 중국기업도 검증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몽골 측은 호주, 독일, 슬로바키아 기업 등과도협의를 벌이고 있으나워낙 거리가 먼데다 단가경쟁력도 떨어져 기술력만 확실히 입증된다면 가급적 한국기술을 도입하고 싶다는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제일연구소에서 진행된 기술검증은 매우 꼼꼼한 과정을 거쳤다. 검증단은 우선 몽골서 공수한 유연탄 200kg을 직접 제일 측에 제공했다. 제일은 이 원료에 일정 성분비로 점결성을 높여주는 재료를 혼합한 뒤 윤전기를 돌려 현장 연소시험에 사용할 연탄을 찍어냈다.

2500톤의 힘으로 압축된 몽골 유연탄은 무게 약 3kg, 구멍 22개로 겉모양만 봐선 기존 연탄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유연탄을 연탄 형태로 성형하고 기존 연탄처럼 장시간 연소시키는 것 자체가 제일의 노하우이자 기술이다. 유연탄은 점결성이 없고 휘발성이 강해 단시간에 타버린 뒤 재로 으깨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연탄 재료로는 쓸 수 없다는 게 업계 상식이다.

2008년 몽골에 진출한 광해관리공단과 삼천리 E&E 합작사도 이런 특성을 간과해 고배를 마셨다. 이날 오후 시작된 연소시험에서 시험탄은 기존 무연탄 연탄과 흡사한 연소성질과 환경특성을 나타냈다. 제일연구소 측은 일반 유연탄을 연소시키는 보일러 2대와 시험탄(그린콜) 연소보일러를 2대를 각각 배치, 몽골 검증단이 육안으로 매연 발생 여부를 확인하거나 측정기로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몽골 측이 참관한 가운데측정한실험실험 결과에의하면, 몽골서 사용하는 기존 화목난로의 이산화황(SO2),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TSP) 배출농도는 각각 1200ppm, 9800mg/㎥, 130㎍/㎥로 나타났다. 반면 제일 그린콜시스템은SO2 610ppm, CO 5400mg/㎥, TSP 27㎥를 기록,오염물질 농도가크게낮아졌다. 시험에 사용된 유연탄 열량은 4000kcal, 연소시간은 1장 기준 6시간이다.

이와 관련 참관단은 유연탄을 사용하지만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그린콜난방시스템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이날 시험결과를 토대로 한국 전문기관과 몽골과학기술대 부설연구소, 울란바트로시 환경개선부 연구소 등과향후공동 측정작업을 벌인 뒤 공인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제일은 기술수출이 결정되면, 향후 현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국내 연탄기술을 몽골에 전수하고 윤전기 등 연탄가공설비를수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수 제일 대표는 "70~80년대 우리나라가 연탄을 다량 소비했듯, 몽골에 지금 필요한 기술은 고가의 첨단에너지가 아니라 소비자가저렴하게 맘껏사용가능하면서 효율적인 연탄기술"이라면서"국내 최고 연탄가공설비 기업으로서성공적인 기술이전을통해 양국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영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미니인터뷰] 두루무출룬 몽골 총리직속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
"몽골 정부 올해 62번째 정책 목표 달성가시권 진입"

"제일에서의 검증결과를 토대로 향후 총리 및 환경부 참관 아래공식적으로 기술도입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정내 유연탄연소 금지조치가 몽골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연탄문화를 도입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몽골 정부의 올해 62번째 정책 목표(유연탄 사용 환경규제) 달성에 있어 놀라운 일이 생기고 있고,결과를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날 방한단을 이끌고 경북 영주를 직접 찾은 두루무출룬 몽골 총리직속 국가 환경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의 표정은 시종 결의에 차 있었다. 몽골의 풍족한 지하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되대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게 이들에게 맡겨진 중책이다. 몽골측이 한국 연탄 연소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이유도 경제성과 환경성이란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특히 연탄보일러는 게르 생활을 하는 몽골유목민에 적합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두루무출룬 사무국장은"한국 연탄 연소기술은 성공적으로 정작된다면 10~20년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양국이 모두윈윈하고 환경오염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 가정내 유연탄 연소 규제는단순한 환경규제가 아니라 몽골의 난방문화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라면서 "이런 시도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난방과 온수사용 등 모두관습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두루무출룬 사무국장은 대기환경 개선과 몽골의 기존 자원 활용 여부가 기술 채택의 중요 요소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환경 측면은 4개 부문의 기준치를 충족해야 하며, 오염도가 90% 이상 저감되는 것이 중요하고, 경제적 측면은 연탄 사용을 통해 유연탄 사용량을 줄이면서 다시 도입기술을 발전시켜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일연구소가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란 소문을 듣고 방한했다. 몽골 정부의 62번째 정책목표 달성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프리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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