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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조약, 어째서 불평등 조약인가?
강화도조약, 어째서 불평등 조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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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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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사용 새 교과서는 강화도 조약을 불평등 조약이라 해서는 안 된다.
▲ 자료로 보는 역사 - 강화도 조약, 무엇이 문제인가(동아출판, 160)

이 자료는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중 동아출판 교과서에 실린 서술로 조일 수호 조규(강화도 조약)의 불평등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876년 개항 이후 조선은 일본과 개항 통상 조약을 맺게 되었다. 1조는 일본이 청의 간섭을 배제하고 조선을 장악하기 위해 일부러 자주국이라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4조는 개항장 확대, 7조는 해안 측량권, 10조는 일본 영사관의 재판권을 규정하여 조선의 재판권을 제외시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서구 열강들을 본따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를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불평등한 조항을 집어넣었다.” <동아출판, 160>

이 자료에는 조일 수호 조규의 불평등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여타의 교과서도 유사하다. 이 서술과 함께 나머지 교과서의 서술을 종합하면, 1(교과서의 조는 관의 잘못)은 청의 종주권 차단하여 조선 침략을 쉽게 하기 위해서, 4관은 정치적·군사적 침탈을 위한 개항장 확대를 위해서, 7관은 군사적 침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해안 측량권 획득을 위해서, 10관은 조선의 재판권을 배제하기 위한 영사 재판권 획득을 위해 정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모두 조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먼저 제1관에 대한 서술이다. 교과서는 제1관에 대해 조선은 자주의 나라이다.’라는 문장을 넣음으로써 청의 종주권을 차단하여 일본이 조선 침략을 쉽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석하였다. , ‘조선은 자주의 나라이다.’라는 글이 표면적으로는 조선을 자주국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추후 조선 침략을 쉽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지 제1관을 살펴보도록 한다.

1, 조선국은 자주의 나라이며 일본국과 평등한 권리를 보유한다. 이후 양국은 화친의 실상을 표시하려면 모름지기 서로 동등한 예()로 대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시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종전의 교린(交隣)의 정을 막을 우려가 있는 여러 가지 규례들을 일체 혁파하여 없애고, 너그럽고 두루 통하는 법을 열고 넓히는 데 힘써서 영원히 잘 지내기를 기약한다.”

국가 간의 조약이든 개인 간의 계약이든 기본적으로 상호 다른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간략하면서도 분명하게 쓴다. 기록된 내용 그대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관의 글도 별도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간명하다.

조선국은 자주국으로써 일본과 평등한 권리를 보유하기 때문에 서로 동등한 예로 대해야 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과 함께, 앞으로 교린의 정을 막을 우려가 있는 구제(舊制)를 혁파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어 영원히 잘 지낼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조약 체결 당사자의 자격과 체결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조선국은 자주의 나라이다.’는 문장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자주의 나라는 곧 타국의 간섭을 받지 않는 주권 국가를 이르는 것으로 국제법에 따라 체결되는 조약에서 체결 당사국의 당연한 자격이자 조건이다.

또 하나는 조약의 마지막 서명 부분에 대조선국 개국(開國) 485이라 하여 청의 연호를 버리고 독자적 연도 표시법인 개국 기년(開國紀年)을 사용한 점이다. 개국 기년은 조선이 개국한 1392년을 기산점으로 삼아 연도를 표시한 독자적 기년법으로 1876년을 환산하면 개국 485이 된다.

지금까지 모든 교과서에서 18941차 갑오개혁 때 청의 연호를 폐지하고 개국 연호를 사용하였다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개국(開國)은 연호가 아닐 뿐만 아니라, 개국 기년은 수호조규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조선이 일본국 대표 구로다 기요타카에게 준 서술책자(敍述冊子)에 이미 사용하여 자주국임을 천명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해안 측량에 관한 것으로 이는 항구 개설을 위한 사전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한 것이다. 이에 대한 교과서의 서술은 일본에게 해안 측량권을 허용함으로써 일본은 조선 연안의 지형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조선 침략의 발판으로 삼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곧 허용해서는 안 될 권리를 일본에게 허용함으로써 우리의 영토 주권을 침해당했다는 논리다. 이에 해당하는 제7관은 다음과 같다.

7, 조선국 연해의 도서(島嶼)와 암초는 종전에 자세히 조사한 것이 없어 극히 위험하므로 일본국 항해자들이 수시(隨時)로 해안을 측량하여 위치와 깊이를 재고 도지(圖志)를 제작하여 양국의 배와 사람들이 위험한 곳을 피하고 안전한 데로 다닐 수 있도록 한다.”

조일수호조규 제5관에서는 경기, 충청, 전라, 경상, 함경 5() 가운데 연해의 통상하기 편리한 항구 두 곳을 선택하며 개항 시기는 18762월부터 계산하여 모두 20개월로 한다고 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선박의 출입 경험과 연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지역의 지형을 조사하도록 한 것이 제7관이다. 해안 측량은 분명 조약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이를 주권 침해라 하는 것은 근거 조항을 부정하는 것이며, 근거 조항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수호 조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선의 사법권을 침해했다는 치외 법권(영사 재판권) 부분이다. 치외 법권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교과서는 일본 인민이 조선이 지정한 각 항구에서 죄를 범한 것이 조선 인민에게 관계되는 사건일 때에는 모두 일본 관원이 재판한다.’라는 문장만을 제시하고 이를 조선의 사법권을 침해한 불평등 조항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시된 문장만 보면 그런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아래의 제10관 전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10, 일본국 인민이 조선국이 지정한 각 항구에 있으면서 만약 그가 범한 죄가 조선국 인민과 관계되더라도 모두 일본국에 귀속시켜 심의 판단하며, 만약 조선국 인민이 죄를 범한 것이 일본국 인민과 관계되더라도 모두 조선 관리에게 귀속시켜 조사 하여 심판하되 각각 그 나라의 법률에 의거 신문(訊問)하고 판단하여 털끝만큼도 비호하는 일이 없이 공평하고 합당하기를 힘써야 한다.”

이는 조선국이 지정한 항구에서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인 범죄자는 일본국에 귀속시키고,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선인 범죄자는 조선 관리에게 귀속시켜 심판한다는 내용이다. , 일본국 범죄자는 일본국에, 조선국 범죄자는 조선국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재판 관할권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일본인 범죄자를 일본국 관원이 재판한다는 내용만 수록하고 이를 조선의 주권을 침해한 치외 법권 또는 영사 재판권 조항이라 하였다. 하지만, 이때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영사가 아닌 인민 관리관을 두었는데, 이 관리관이 관리하는 대상은 상민(商民)이라는 점에서 치외법권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아직 영사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사 재판이라 할 수도 없다.

또 조·일 양국 범죄자 처리에 대한 규정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치외 법권(영사 재판권) 조항이라 한다면 조선인 범죄자도 치외 법권 대상에 해당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결국 수호 조규 제10관은 조선국 항구에서 발생한 양국 범죄자를 누가 관할할 것인지를 정한 재판 관할권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인은 일본국이, 조선인은 조선국이 재판한다는 점에서 불평등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

조일수호조규는 기본적으로 조선과 일본이 국제법에 따른 무역을 하기 위한 체결한 통상 조약이다. 이러한 통상 조약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당연히 유·불리는 있을지언정 평등·불평등은 애초에 있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교과서는 조일 수호 조규 전문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단장취의(斷章取義)하여 불평등 조약이라고 서술하여 수십 년 동안 가르치고 있다.

지난 731, 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부 고시 제2018-162호에 따라 검정 실시를 공고함에 따라 각 출판사에서는 2020년도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집필 중에 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서 조일수호조규 부분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교과서 서술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일수호조규 12관 어디에도 불평등한 내용이 없다. 당연히 불평등 조약이라는 서술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명백한 서술 오류이자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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