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 민
황금 노을 같은 해바라기 기름이
불판에 빙빙 둘러쳐지고
공기 빠는 연통 속으로
기름 탄내 나는 연기가 안개처럼
사라지매,
어디선가 저녁 종치는 소리 들리고
장단 맞춰 북치는 소리 들릴 때,
간 밤에 긴 밤 지새우다가
완전한 타인들의 손길에 붙들려 온
왕새우들은
바람개비 날개들이
둥글게 나래비 스듯이 삐잉 둘러쳐져서
소신공양을 바친다
주검들이 누릿 누릿 익어가면서
피워내는 만다라꽃.
꽃잎 하나 하나를 뜯어먹는
한때 완전했던 타인들은 새우와 함께 또 다른
삶의 윤회 바퀴를 굴리는 것이라
이쯤되면,
누가 누구를
구워 삶는 것인지 삶의 경계란 것은
희미해지고...
저작권자 © 프리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