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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그릴 종고산에서
[명시 산책] 그릴 종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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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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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황금 노을 같은 해바라기 기름이
불판에 빙빙 둘러쳐지고

공기 빠는 연통 속으로
기름 탄내 나는 연기가 안개처럼
사라지매,

어디선가 저녁 종치는 소리 들리고
장단 맞춰 북치는 소리 들릴 때,

간 밤에 긴 밤 지새우다가
완전한 타인들의 손길에 붙들려 온
왕새우들은

바람개비 날개들이
둥글게 나래비 스듯이 삐잉 둘러쳐져서
소신공양을 바친다

주검들이 누릿 누릿 익어가면서
피워내는 만다라꽃.

꽃잎 하나 하나를 뜯어먹는
한때 완전했던 타인들은 새우와 함께 또 다른

삶의 윤회 바퀴를 굴리는 것이라
이쯤되면,

누가 누구를
구워 삶는 것인지 삶의 경계란 것은
희미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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