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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풀빵이 먹고 싶을 때
[명시 산책] 풀빵이 먹고 싶을 때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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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초겨울 찬 바람이 말 귀에 동풍으로 불고
십일월의 국화엔 무서리 내릴 때,

따스하던 어머님 품이 그리울 때,
그 분은 저 머나먼
별들의 고향에 고이 잠들어 계시다네

보릿고개에 못 먹고 헐벗었을 때,
입에 풀칠하고 살기도 힘들었을 때,

당신께서는
행여 자식들이 굶어주릴까 하여

해마다 봄이면
냉이 따고, 쑥 따고, 달래 캐시고

여름이 오면은
비름 따고, 깻잎 따고, 가지 따시고

가을이 오면은
감자 캐고, 고구마 캐고, 도토리 따시고

겨울이 되면은
콩나물국, 미역국에...

그래도 허기지면,
아아! 그것도 풀이랑가? 국화빵, 붕어빵의
풀빵을 사다주셨지

원하는 것이 제 때에 없어도 먹을 것이 부족해도
마음은 언제나 따뜻하던 시절

그러나 지금은, 풀 없이도 배부르고 풍족한
지금은, 가슴이 터엉 빈다

그래서 그런지 해마다 겨울이 되면
어머님 가슴처럼 포근하고 구수한 풀빵이
내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내 오늘은 해질녁 노을 비칠 때,
푸릇 푸릇한 고향의 노스탈지어가 우러나는

'추억의 사랑빵'이라도 먹으러
가야겠다

거기서 아름다운 청년의 꿈을 만나
내 유년의 허기를 달래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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