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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사진을 탐하다
[명시 산책] 사진을 탐하다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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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십일월의 막바지,
가을의 끝자락에 시절은 간당 간당
매달려 있는데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아침 출근 버스를 갈아타는 사람들

지금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갈아타고들 있는가

마침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어 횡단보도를 걸어가기 바쁜 사람들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넘어가는 연습을 미리 미리 하는가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마른오징어와 뻔데기와 군밤을 파는 아저씨가
열시미 군밤을 굽고 있다

마른오징어는
누군가 구워주기를 기다리고

뻔데기는
누군가 씹어주기를 기다리고

군밤들은
누군가 까주길 기다리고있다

마른오징어든 뻔데기이든 군밤이든
모두 다

마음을 비우고 있는데
오늘 하루도 나는 가을이 끝나간다는 핑계로

비인 가슴을 채우려

여의동공원 이 곳, 저 곳 사진 찍을 궁리만
하면서 출근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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