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 민
금강산 만 이천봉 가운데,
한 봉우리였으매
이름은 중요치 않으리
외연히 하늘을 향해
나는 듯 솟아있다는 뜻 하나만
꿈결처럼 아득하려니
바다에 접한 커다란 바위 우에
세 그루의 낙락장송.
세월의 거센 풍파가
동해에 파도처럼 처얼썩 철썩
몰아쳐와도
바위가 가루가 될 때까지런가
매의 발톱으로 꽈악
붙잡고는 시련을 견디는 것이
어찌 헛된 욕망때문이런가
안개같은 한 세상 한 오백년도
뜬구름일러라
새의 깃털같이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바늘같이 뾰족하니
푸르른 이파리들로
안개들을 뚫어 헤치노니
번뇌의 속세는
천년 전의 일인듯이 번개처럼
잊어버리노라
해거름이 가까와 옴에
서녁서 번져오는 저녁노을은 종소리처럼
은은히 마당에 깔려옴에
사위는 점점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
마치 낙엽잎 떨어지는 소리인지
마당 쓰는 아해는
싸리빗자루로 정적조차 쓸어담으려는데
우주의 글 읽는 소리만
대나무 잎들 바람에 사각 사각 스치는 마냥
들리는 듯 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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