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
“명탐정 코난~ 따라나라~ 니라 로레리오 니리니리 뚜 마리 도오지용~”
휴대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두꺼운 눈꺼풀 이불은 눈을 강하게 압박하며 덮고 있었고 더듬어 잡은 휴대폰에서는 낭랑한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누구쇼?”
“아, 네. OK캐시백입니다. OOO고객님 맞으시죠?”
“....... .”
“OOO고객님 아니십니까?”
“왜요?”
“아, 네. OOO님을 위해서 아주 좋은 상품이 나와서 소개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뭔데요?”
“아, 네. 고객님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백신 접종은 받으셨습니까?”
“안 맞았어요.”
“아, 안 맞으셨어요? 그럼 더욱 염려되시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관련 상품을 출시했는데 잠시 설명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겠습니까?”
“안 돼요.”
“네?”
“시간 안 돼요.”
“아, 바쁘신가 보군요? 그래도 잠시만 시간 내서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텐데요.”
“안 바쁘고 도움 안 돼요.”
“네? 고객님 저희는 고객님께 도움을 드리려고”
“필요 없어요.”
“네? 짧게 설명드릴께요. 잠시면 됩니다.”
“필요 없고 이미 통화 길게 했네요.”
“혹시 직장이세요?”
“알 것 없어요. 그런 걸 왜 물어요?”
“상품설명만 간략히 해드릴”
“보험이잖아요.”
“네? 아, 네. 보험 맞습니다.”
“안 들을래요.”
“왜요?”
“그럴듯한 사기잖아요.”
“네? 보험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요긴할 때 달라니까 안 주던데요.”
“네? 누가요?”
“보험회사가요.”
“어머,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하지만 저희 상품은”
“약관 있죠? 이럴 때는 보험금 지급 안 한다고 하는 거.”
“네.”
“지급심사팀인지 뭔지가 약관 들이대면서 보험금 안 주는 게 태반이던데요, 뭘.”
“그래서 가입 전에 약관을 잘 살펴보고”
“가입해야 주는 게 약관이던데요? 가입 전에는 대충 설명만 해주고. 아까도 간략하게 설명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는 약관을 메일로 송부해서 확인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회사 규칙상 미리 메일송부는 안 된다고 하대요? 구린내가 나죠?”
‘가입만 시켜놓고 생까고 필요할 땐 안 주고 오만 이유 붙여서 지급거절하면서 맨날 좋다고 가입하라고 전화나 해대고.’ 궁시렁궁시렁~
“네? 잘 안 들리는데요, 고객님.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네. 고생이 많으시다구요. 가입 안 하려는 사람 어떻게든 설득해서 가입시켜야 하는 그 직업의 고충을 안다고 그랬어요.
그래도 당신 고충 덜어주려고 호구되기는 싫다 뭐 그런 얘기죠.”
“아, 네. 고맙습니다. 혹시 실비보험은 가입하셨나요? 암보험은요?”
“옛날에 이미 다 가입했었죠. 그런데 매일이 불투명한 날들인데 뭐하러 보험은 들어요?”
“암 걸리시면 암보험이 꼭 필요합니다, 고객님.”
“암 걸리면 그대로 살다 죽을래요.
보험금 타봐야 병원에 주지 내가 갖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실험실 쥐처럼 살다 죽기 싫어요.”
“어머, 고객님. 보험은 꼭 필요한 거예요. 지금 갖고 계신 상품들을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긍정적으로 검토 좀 해보시지요.”
“어머, 상담원님. 당신은 보험 꼭 들어두세요.
나처럼 가입 안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들 상대하다 스트레스로 질병 얻을 것 같아요.
꼭 실비보험이랑 암보험이랑 3대질병, 5대 중증질환 특약 넣고 종신으로 가입하세요.
속병이 더 무섭걸랑요.”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치과보험 가입 안 했으면 꼭 가입하세요.
스트레스가 치아에 아주 나빠요. 그리고 치과는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치과보험도 꼭 가입하세요오?”
“네, 고객님. 알겠습니다. 잘 아시네요.”
“네. 그럼 보험 가입 꼭 하시고 스트레스 받으면 화장실 가서 물 틀어놓고 노래라도 부르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가입자 많이 확보하세요.”
“네. 고객님.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렇게 통화가 끝났다.
누가 보험상담원이었지?
光明時待